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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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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레터 #43

만약 본인의 반복된 사고와 행동이 인생을
더욱 지치게 했다면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해요.
오늘은 변화시킬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
'슬픔'과 '나이'에 대한 얘기를 할게요!

오늘도 레터를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

👦 에디터 DK가 전합니다.

💭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을 때

원문의 사연을 재구성했습니다.

4년 전 남편은 갑자기 빚만 남기고 도망갔고, 저는 아이와 간신히 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남편이 사라지기 전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해서 저는 불면증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고, 알코올 의존도 심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혼자 도망간 남편에 대한 배신감은 엄청났지만 당장 아이와 저의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습니다. 다행히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되었고, 법적으로 이혼 판결도 났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말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전 아닌 것 같아요. 상황이 안정되어 갈수록 마음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하고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합니다. 술도 자제를 못 합니다.

어릴 적부터 남에게 힘들다는 말을 못 했는데, 그게 문제였을까요? 항상 씩씩하고 멀쩡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남들 앞에선 항상 긍정적인 사람인데 집에선 술만 마셔요.

요즘은 출근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도 힘들고, 사무실에서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불면증 때문에 새벽까지 뒤척이고요. 이런 답답한 심정을 누구한테 얘기라도 하고 싶지만 공감을 얻을 수 없을까 봐 용기도 안 납니다.

항상 다른 사람의 기분만 신경 쓰고 살아서 정작 제 마음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답답합니다.

1.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던히 애쓰고 고군분투하셨던 것 같고, 그런 부분이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연자님은 그동안 본인의 감정을 대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2. 자신과 아이의 생존이 최우선이었을 테니, 감정을 돌아볼 여유 없이 덮어두고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내야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3. 책임감에 쫓기는 삶을 살다가도,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세상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죠. 스스로 마음을 챙기기는 어려우니까 자꾸만 술을 드시는지도 모르겠어요.

4. 사람은 본인의 양면적인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해요. 사연자님의 경우, 애쓰고 사는 강한 엄마의 모습과, 부정적 감정들이 숙제로 남아있는 자신의 모습이 잘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해 보여요.

5. 그 과정에 앞서서 한 명의 사람으로서 자기감정을 알아채고, 적절하게 이를 표현하는 연습하는 게 중요해요. 몇 가지 방법을 말씀드릴 텐데,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천에는 많은 시간과 시도가 필요하니 꾸준히 연습하시는 걸 권장 드려요.

6. 첫째,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상황을 나열해 보세요. 자신에 대한 관찰자가 되는 것이죠.

7. 둘째, 중요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비율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목록(돈, 약속, 고민 상담 등)을 작성해 보세요. 관계가 어떻게 균형에서 벗어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8. 셋째, 쉬운 요구와 표현부터 해 보세요. 표현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적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9. 넷째, 직장에서도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지 말고 필요한 경우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는 시도를 해 보세요. 모든 것을 책임지다간 사연자님의 힘이 소진되어 번아웃이 올 수도 있어요.

10. 변화가 느리다고 실망하지 않게 주의하시고,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를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며 보상을 주세요. 부디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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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하는 건 별로야!

1. 구독자님에게 ‘슬픔’은 어떤 감정인가요? 오늘은 픽사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인용해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드리고자 해요.

2. 영화에선 ‘기쁨’, ‘소심’, ‘슬픔’, ‘까칠’, ‘버럭’, 이렇게 5가지 감정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며 조종한다고 가정해요. 주인공 라일리는 ‘기쁨이’가 감정 컨트롤을 많이 하지만, 어느 날에 ‘슬픔이’가 라일리의 감정에 자꾸 개입하게 돼요.

3. 결국 기쁨이와 슬픔이는 라일리의 몸속에서 길을 잃게 되고, 라일리는 행동의 통제력을 잃어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돼요.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4.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슬픔을 안 좋은 것이라고 배워왔어요.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을 나약하다고 인식해왔죠.

5. 가족 상담 치료 전문가인 캐서린 맥콜 박사(Catherin McCall)는 뉴욕 타임스 칼럼(Good parent, Bad parent)에 다음의 내용을 기고했어요. "나쁜 부모는 나쁜 감정과 좋은 감정이 가슴속에 둘 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6. 나쁜 부모는 평소 아이의 감정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내면 그 상황 자체를 해결하는 것에만 노력해요. 해결에 실패하면? 아이에게 화를 내버려요.

7. 아이는 자신의 슬픔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슬픔이라는 감정 자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 돼요. 그러면 다른 감정을 느낄 때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8. 슬픔을 겪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할 줄 알아요. 위로받은 슬픔은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주죠.

9. 직장, 학교, 인간관계, 요즘을 어딜 가든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해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무시할 필요는 없어요.

10. 자신이 처한 상황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편견 없이 바라보면 어떨까요? 어떤 면이 슬프다고 느껴지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죠.

11. 이게 힘들다면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충분히 슬퍼하세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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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1. 우리의 뇌는 효율을 추구해서, 반복되는 일상이나 작업들은 별다른 생각이나 계획 없이도 이루어지도록 ‘자동화’시켜요. 아침에 일어나서 별생각 없이 준비하고, 똑같이 직장이나 학교를 가고, 똑같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요.

2. 그러다가 간혹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상에 어떠한 미세한 변화가 생겨서,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거나 엘리베이터 층을 잘못 누를 수도 있죠.

3. 뇌는 변화되고 새로운 것을 더 예민하게 인식해요. 마주치는 모든 게 새로웠던 어린 시절, 그때는 하루하루가 길었어요.

4.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15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만두만 먹었어요. 15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변화가 없었으니, 그의 시간은 아무 의미 없이 낭비된 거예요.

5. 만약 우리의 삶에 새로운 것들이 생긴다면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요?

* 원문이 귀여운 카툰이니 꼭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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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가는 글

😠 감정 기복과 자책

구독자님의 감정 기복은 어떤 편이에요? 차분하게 잘 흘러가나요? 혹은 이리저리 방황하나요?

저는 올해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감정 기복이 심했어요. 위 사진처럼 뜯어진 나무와 파릇한 나무를 동시에 보는 기분..?

인간관계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저의 감정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키다가도 다시 끌어올리는 사건들이 많았어요. 억지로 끌어올렸던 적도 많지만요.

그런데 며칠 전에, 정말 갑자기, ‘어? 기분이 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러니까.. 기분이 괜찮은데, 괜찮은 거 자체가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이었어요. 구독자님이 공감을 못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울하고 슬픈 감정에 취해 살다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좋다’라는 감정이 너무나 낯설었어요. 우울한 감정이 잠시 지워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지난 두 달을 뒤돌아보니, 스스로 벌을 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너는 그런 잘못을 했으니까 더 괴롭고 우울해야 해. 더 자책하고, 더 그리워하고, 더 울어.’ 이렇게요.

사실 제가 한 행동들에 엄청난 자책을 하고 있었거든요. TV의 반복되는 광고처럼 제 머릿속엔 제가 했던 실수들이 계속 떠다녔어요.

정말 시도 때도 없이요. 제가 너무 밉고 별로였는데, 이젠 충분히 많이 미워했나 봐요.

예전엔 자책을 많이 해서 괴롭다는 분들에게 “괜찮아요. 다 OO님 탓이 아니에요”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이젠 조금 달라질 것 같아요.

스스로를 충분히 다 미워했다면, 나도 나를 용서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자책하는 나를 자책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 38호 우울레터 피드백

우울이 A

"열심히 살기는 해요.", "정말 구멍이 났나 봐요. 어떤 게 저에게 필요한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저도 요즘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텅 빈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느낌..?

근데 요즘 따라 이게 괜찮아진 건지 아님 조금 감정에 무덤덤해진 건지 헷갈리긴 해요.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힘이 있을 때 조금씩 나를 믿어주자. 아직 긍정적인 힘이 있을 때, 나를 다독여주자."라는 생각으로 걸어왔는데, 요즘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예전보다 나아졌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라며 생각 자체를 잘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생각하는 거 자체가 조금 귀찮기도 하고요🤣. 이렇게 쓰다 보니 왜 요즘 따라 매사에 무덤덤해졌는지 조금 알 거 같기도 하네요. 조금씩 정리해 가면서 지내야 하는데 조금 무책임했었나 봐요.

에디터DK

감정이란 건 참 신기해요. 어느 시기엔 어질러진 퍼즐처럼 너무나 복잡하고 정리하기 힘든데, 또 어느 시기엔 잔잔한 강물처럼 고요하죠. 38호 피드백을 작성해 주실 때의 우울이 A는 비교적 평온한 마음이었던 것 같네요.

생각을 정리하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 내버려 둬도 좋다고 생각해요. 물을 많이 주면 안 좋은 꽃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어떤 감정과 생각도 너무 들여다보지 않았을 때 괜찮아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마음이 더 편안할 때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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